2009년 03월 31일
돈 있는 놈은 살아남는다. (대여점 떡밥에 낚이기)
(주의)
이하에 등장하는 알파벳 이니셜들은 그저 순서에 따라 붙인 것일뿐,
실제 인명, 사명, 작품명과는 전혀 무관함.
이글루스에 갑자기 대여점 이야기들이 잔뜩 올라와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매우 기분 나쁠 결론을 먼저 얘기한다면,
열심히들 떠들어봐야 상황은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대여점의 수, 이쪽 판에 기댄 글쟁이와 그림쟁이들의 수입, 그리고 이쪽 판의 좋은 작품의 수.
이 셋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벌 놈은 번다.
만화방 시장이 급격히 몰락하면서
거기에 기대어 살던 만화쟁이들, 무협쟁이들 대부분이 덩달아 몰락했다.
그러나 정작 돈을 번 자들은 살아남았다.
한국 공장제 만화의 실질적 창시자 A씨.
만화방의 몰락과 함께 그의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정작 A씨 자신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다만 더이상 이전처럼 만화방을 통해 벌어들이지 못하게 되었을 뿐,
그간 벌어놓은 돈이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니니 말이다.
사실 A씨만이 아니다.
당시 만화공장을 돌렸던 이들 대부분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무협 역시도 공장 형태로 돌아갔었던 건 대충 다들 알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시 무협 독자라면 누구나 알 B씨의 경우
잘 나갈 땐 한 달에 3-4질씩도 쏟아냈는데,
정작 그 자신이 쓴 건 딱 3질이 전부라고 한다.
그 B씨 역시 그간 벌어놓은 돈이 있으니 살아남았다.
그의 아래에서 적은 돈을 받고 쓰던 이들은 다 몰락했지만 말이다.
당시 만화방에 무협과 만화를 가장 많이 공급했던 C 출판사 역시 살아남았다.
만화방의 몰락과 함께 그와 관련한 인력을 상당부분 정리했겠지만,
어쨌든 출판사 자체, 그리고 그 오너는 멀쩡하다.
현재 한국순정만화의 대모라고 불리는 D씨,
초기 일본만화를 베껴서 내는 것으로 데뷔했다.
(이 베끼기라는 게 단순히 보고그리는 수준을 넘어서서,
일본의 만화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말 그대로 베껴대기도 했다)
자신의 재능이 뛰어나 만화계 입문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데뷔했다며
그가 자랑스럽게 한 인터뷰를 십수 년 전에 본 일이 있는데,
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이들은 피식거리며 웃었다.
당시 난 E씨의 만화공장에 있었고,
D씨에 대한 이야기는 그 공장에 있던 이들에게 들었다.
어쨌거나 그 D씨도 살아남았다.
일본만화의 해적판을 찍어내던 F출판사.
정식 개방과 함께 해적판을 만드는 게 불가능해졌지만,
출판사 자체는 살아남았다.
당시 해적판을 찍어내던 출판사들 돈 많이 벌었다.
만화방에서 대여점으로 바뀌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위의 A나 B씨와 같은 '공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엔 여러 원인들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짚고 가자면 길이 엄청 길어질 테니 생략.
뭐, 공장이 사라지긴 했어도 그 시장에서도 몇몇은 돈 벌었다.
물론 그 번 놈에는 글쟁이와 만화쟁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여점에서도 좀 벌었다 싶은 이들이 몇 있긴 하지만,
이전의 공장을 돌렸던 이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직접 영업망을 조직하기 힘든 영세한 규모였고,
대부분의 대여점주들은 스스로 책을 고를 능력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 사이에서 총판이 엄청난 돈을 벌었다.
아, 총판들은 만화방 시절에도 돈 많이 벌었다.
더불어 영세하지 않은 대형출판사, 그러니까 G출판사 등도 돈을 벌었다.
IMF 전후하여 대여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던 시절,
당시 하이텔 등 통신망에서는
'대여점은 길어야 10년 안에 몰락한다'고 많이들 얘길 했었다.
나 자신도 그런 얘길 하던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현재 대여점은 사실상 몰락했다.
(물론 아직도 만화방이 남아있는 것처럼,
대여점 역시 십수 년 더 지나도록 남아는 있을 것이다.
다만 계속 수가 줄어들 뿐)
아무튼 그렇게 대여점은 몰락하지만,
그래도 돈 번 놈들은 계속 살아남는다.
결국 가진 놈만 살아남는다는 소리다.
만화방 시절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언젠가는 정말 대단한 작품 한 번 만들어보겠노라 꿈을 키우던 이들 많았다.
(나 자신 만화공장 쪽에서 잠시 머문 경력이 있으니 안다)
그러나 그들 다 몰락했다.
무협이나 판타지 비록 쓰레기 비슷한 수준이라고 욕 얻어먹고 있고
또 현재는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쓰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정말 좋은 글 한 번 써보겠노라는 이들 여럿 만났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다른 길로 떠나거나 남아있다 해도 몰락만 앞두고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런 이들이 정말 화를 내고 욕을 할 악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여점 체제가 잘못이라고?
물론 잘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네 대여점 주인들을 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푼돈 모아 겨우겨우 자기 가게 차린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런 시장에서 돈만 벌면 전부라고 행동한 자들 잘못이라고?
잘못 같기는 한데, 그건 순전히 이쪽 입장에서 하는 소리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돈 번 게 무슨 잘못일까?
온라인상에서 쓰다보니 좀 횡설수설인데,
결국 결론은 간단하다.
'돈이 최고!'

덧)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야기들 중
글쟁이와 만화쟁이들의 목소리가 가장 큰 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벌 만큼 번 자들이야 이 시장 망해도
그간 번 돈으로 다른 일 하면 된다.
독자들?
이글루스 같은 데서 보면 스스로 독자임을 자처하며 떠드는 이들 많은데,
이 시장 몰락한다고 그들이 아쉬울 게 있을까?
천만에! 어차피 세상엔 그거 아니더라도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이쪽 판에 가장 애착이 많은 건
결국 글쟁이와 만화쟁이들일 수밖에 없다.
덧 둘)
퇴직금에 여기저기 빌린 돈으로
작은 만화방이나 대여점 시작한 이들 다 몰락했고, 몰락할 것이다.
호황이던 초기 몇 년만 운영 하고 눈치 빠르게 빠져나간 소수만 제외하고 말이다.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해봐야지 하던
글쟁이와 만화쟁이들 다 몰락했고, 몰락할 것이다.
운 좋게 한두 작품 반짝 히트치고 눈치 빠르게 빠져나간 몇 명만 제외하고 말이다.
결국 이 시장 다 몰락한다고 힘겨워하는 이들은 저 두 부류 뿐이다.
덧 셋)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여점이 아닌 서점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건 원론적으로 옳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주장은 농담에 가깝다.
일단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가진 글쟁이나 만화쟁이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것에 관한 문제다)
또 어떻게 그런 작품이 하나 나왔다 하더라도
만화나 무협, 판타지를 대여점이 아닌 서점으로 가져가는 모험을 할 출판사는 없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서점으로 가져가야했을 작품들은
거의 99%의 확률로 대여점에선 극히 저조한 매상을 보이다가
조기종결 같은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덧 넷)
이쪽판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뫼사단의 실패다.
그들의 서점진출은 분명 성공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다만, 기본적으로 중국의 것을 따온 상태를 계속 유지해서는 힘들었을 것이라 본다.
뭔가 새로운 형태를 찾았어야 했는데,
당시 그들은 새로운 것을 찾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덧 다섯)
설령 대여점이 생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화의 경우 뫼사단의 무협보다도 가능성은 낮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옆 일본과의 경쟁에서 버텨낸다는 게 거의 불가능했을 테니까.
만화가 개인을 따진다면 일본의 톱클래스들과 비교해 모자랄 게 없는 이들이 여럿 있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시장규모 자체가 다른 일본에 상대가 될 수 없다.
덧 여섯)
위의 그림, 여러 해 전에 손에 넣은 것인데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처음 만든이가 누구인지 몰라 허락 없이 사용 중인데,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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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3/31 21:12 | 횡설수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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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전기 디스가이아' ps2게임으로 상당히 히트 친 타이틀이었죠
1~2년 전까지 굉장히 구하기 힘들었는데 재발매 되서 지금은 구하기 쉬워졌어요
ps2가 있으시다면 한번 플레이해봐도 좋으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