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대여시장의 근본적인 한계

이 글은 얼핏 대여점 입장에서, 혹은 그 반대로 무작정 대여점을 비난하기 위해 쓴 것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어디까지나 대여점이라는 것이 출판사와 글쟁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얘기하기 위한 것이다.
이 글은 현실을 정확하게 보자라는 취지에서 쓴 것이지(만 내 얘기가 100% 정확하다는 건 아니다),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려는 목적은 결코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대여점을 운영하는 사람이건, 독자이건, 글쟁이건, 출판사 관계자건
이 글의 일부분은 무척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싫은 사람은 백스페이스를 누르기 바란다.
조금 긴 얘기가 될 것 같다.
일정 이상 긴 글을 읽는 게 부담스럽다면, 역시 백스페이스를 눌러주기 바란다.
글의 분량이 많은 경우 그 일부만 읽고 멋대로 얘기하는 사람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런 짓은 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대여시장의 근본적 한계

대여점 입장에서 좋은 책이 무엇일까 하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많이 대여되는 책’이라고 답한다.
이게 아주 당연한 정답처럼 들리는데, 사실은 오답이다.
대여점 입장에서 선호하는 책은 결코 대여회수가 많은 책이 아니다. 정답은 ‘회전률이 빠른 책’이다.

일단 어떤 책을 들여놓았을 때, 손익분기점이 대여 10회라고 가정해보자.
(말 그대로 가정이다. 실제 각 대여점들의 손익분기점이 10회라고 받아들이진 마라)
같은 날 같은 가격으로 들여놓은 가상의 두 책 A와 B가 있다.
이걸 1년이 지나 얼마나 대여가 되었는지 조사를 한다.

그래서 위와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가정해보자.
A는 매달 꾸준히 2-3회씩 총 30회 대여되었고,
는 첫 두 달 15와 4회 나간 이후 남은 열 달 동안은 겨우 한 번 해서 총 20회 대여되었다.
손익분기점인 10회를 넘어서 대여점에게 나름의 이익을 가져다 준 책들이다.

그런데 대여점 입장에서 둘 중 어느 쪽 책이 더 좋은 것일까?
흔히 생각하는 대로 ‘대여회수가 많은’이라면 A쪽이 좋은 책이겠지만, 실제 대여점 입장에선 B쪽이 좋은 책이다.

대여점의 운영에서 책을 진열하는 공간도 비용의 일부다.
위의 책A는 일 년 내내 진열을 해두어야 하지만, 책B는 단지 처음 두 달만 진열해두면 충분하다.
즉, 1년간 같은 책을 진열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다양한 책을 자주 바꿔가며 진열해놓는 게
진열공간이라는 비용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란 얘기다.

뭐, 더 이상 자질구레하게 설명 붙여봐야 얘기만 복잡해지는 것이고,
아무튼 분명한 건 ‘장시간에 걸쳐 꾸준히 대여되는 책’ 보다는
‘단기간에 빠른 회전률을 보이는 책’ 쪽에 대여점 입장에선 더 이익이다.

대여점에서 선호하는 게 무엇보다 회전률이 빠른 책이라는 점이
바로 현재의 도서대여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의 출발점이다.
이제부터 이 전제를 놓고 하나씩 얘기해 보자.

위의 도표대로라면, A가 B보다 작품 자체의 수준은 훨씬 더 뛰어날 가능성이 크다.
긴 시간에 걸쳐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건 단기간에 빠르게 소비되는 책보다는 그만큼 뛰어난 점이 있다는 얘기니까.
회전률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 중 하나가 고객이 빌려간 책을 반납하는 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느냐 하는 것도 있다.
위의 표대로라면 아무래도 A는 대부분의 고객이 책을 좀 더 늦게 반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용에 음미할 것이 많을수록 좀 더 오래 읽게 된다. 즉, 작품의 수준이 좀 더 뛰어나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위의 도표 하나만 놓고 무조건 B보다 A가 작품의 수준은 뛰어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B보다 A의 수준 높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상당수 많은 대여점에서 A는 ‘반품’이란 걸 당한다.
위의 가정대로 손익분기점이 10회라고 했을 때,
첫 달에 달랑 3회밖에 대여되지 않은 책을 계속 끌어안고 있는 건 대여점 입장에서 상당한 모험이기 때문이다.
위의 도표는 어쨌건 책을 들여놓고 1년이 지난 후의 결과일 뿐이다.
반품이 허용되는 기간은 보통 한 달 남짓인데,
당장 그 시점에서는 A가 최종적으로 B보다 더 많이 대여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좀 괜찮다 싶은 책은 반품 되거나, 어느 대여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대여점에 가면 정말 쓰레기 같은 것들 뿐’
이라는 말을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물론 B와 비슷한 대여행태를 보이는 책들을 무조건 쓰레기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대여점에서 괜찮은 수준의 작품을 찾기 힘든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여점에 들어가는 책은 대부분 한두 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권으로 이어지는 장편이다.
일반적으로 A같은 책은 분명 꽤 훌륭하게 잘 쓴 것임에도 뒤 권으로 가면 아주 처참하게 망가진다.
열심히 1,2권을 써서 내놓았더니 엄청난 반품이 발생했다.
3권의 판매량은 처음 1,2권 계약했을 때의 반의반밖에 안 된다.
출판사에서도 은근이 권유하고, 글쟁이 스스로도 이 상황에선 뒤를 제대로 써나가기 힘들어진다.
결국 처음 예정했던 이야기 중 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5권쯤에서 대충 종결해버린다.

아마 이쪽 판에 작은 지식이라도 있다면, 5권 완결과 6권 이상의 완결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여점 입장에서도 B같은 책만 가지고 장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장 화끈한 회전률은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A처럼 꾸준히 나가는 책들도 일정 이상 구비 해두어야 대여점 운영이 가능하다.

문제는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A같은 책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첫 세 권 정도까지는 몰라도 4, 5권 넘어가면 처참하게 망가져서
최종적으론 결코 A 같은 도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책으로 전락하는 게 대부분이다.

때문에 A 같은 책이라는 건 이미 충분한 명성을 확보한 글쟁이의 것이나, 출간된 지 아주 오래된 것들만 진열된다.

신인 혹은 아직 무명인 글쟁이의 책은 충분히 A 같은 도표를 그려낼 수 있음에도 반품을 통해 밀려난다.
그리고 한 번 그런 경험을 한 글쟁이는 다른 직업을 찾거나, 혹은 다음 작품은 가능한 B 같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대여점 구조가 작품의 질적 수준을 지속적으로 하락시킬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또 다른 이유들도 있다.
서점시장과는 달리 대여시장은 책의 판매량에 한계가 있다.
즉, 대여점의 수 이상으론 팔리지 않는다.
극소수 직접 구매하는 독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말 그대로 극소수에 불과해서 판매량에 사실상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글쟁이 입장에서 보면 공들어 열심히 쓰나 대충대충 빨리 쓰나 판매량에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글쟁이들도 사람인 이상 이런 상황에선 자신의 글에 들이는 노력이 점차 적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글쟁이들은 대충대충 빨리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는 게 보통이다.
이 시장에서 글쟁이들이 권당 받는 인세는 대부분의 경우 평범한 월급생활자들의 월급보다 적다.
어린 나이라면 모를까, 한 달에 한 권씩 써 갈겨야 평범한 서민 수준의 생계유지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뭐, 어떤 사람처럼 글쟁이는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

그리고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그나마 열심히 쓴 글이 외면 받는다. 글의 수준이 떨어진다. 고객들이 대여점을 외면하기 시작한다. 경영이 악화되어 대여점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책의 판매량도 따라서 줄어든다. 글의 수준은 더 떨어진다. 그나마 남아있던 고객들도 대여점을 떠난다. …….

간혹 글쟁이와 출판사들이 정신을 차려서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는다면 대여시장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무척이나 순진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론 절대 대여시장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이는 이미 대여점 이전의 대본소 시장에서 증명된 일이다.
흔히 만화방으로 불리던 대본소들이 몰락해가던 시기,
서점판매용으로 나온 ‘코믹스’라고 불리는 부류의 만화책들도 분명 그곳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기존 대본소용의 만화책들과는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그 코믹스란 것들이 투입되었음에도,
결국 대본소는 지속적으로 몰락해갔다.
(물론 이렇게만 얘기하면 말도 안 된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실제로 내가 얘기한 것과는 전혀 다른 변수들도 많이 작용했고.
하지만, 그렇잖아도 긴 글이라 단순한 언급만으로 넘어가겠다)

아무튼 대본소, 대여점 - 그러니까 대여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좋은 작품’이 아닌 ‘빠른 회전률을 가진 책’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이상
그저 좋은 작품이 몇 개 나오는 정도로는 이 시장을 되살리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대여시장’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다.
대본소가 몰락했지만, 대여점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대여점 역시 대본소와 비슷한 형태로 몰락하겠지만,
결국 그 자리는 또 다른 형태의 대여시장이 차지할 것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다음엔 종이책의 직접 대여가 아닌, E-book시장이 아닐까 싶다.
물론 E-book시장을 대여시장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건 분명 무리다.
그러나 최종적으론 E-book은 판매시장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대여시장을 대신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흔히 장르문학이라고 불리는 것들 전체에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정말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껏 길게 얘기한 대여시장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판매시장이 사라지고 대여시장만 남았다는 점이다.

같은 대여시장이라 해도,
일본처럼 출간 후 판매가 될 수 있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다음에야 대여점에 진열이 가능하다거나 하는
보완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여시장도 판매시장과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IMF가 닥치기 직전의 상황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내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만화의 경우 단행본이 10만 부 이상 팔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퇴마록을 시작으로 환상소설 쪽도 나름의 시장을 조금씩 개척하는 중이었다.
무협의 경우도 야설록의 뫼사단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때는 대본소를 대신한 대여점이란 게 하나둘 생기던 시기이기도 한데,
당시에 이미 대여시장 구조가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그 대안을 얘기하는 사람들 있었다.
(그 당시 나도 이 주제로 여러 사람들과 대화한 일이 있다)
그 시기 하이텔 등 통신망(아직 웹은 주류가 아니었다)에서,
그때 이미 저작권에 대한 언급과 더불어 대여시장의 근본적 문제를 보완할 대책을 논의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만약 그시기에 어느 정도 보완책이 마련되었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위에서 대여점 역시 대본소처럼 결국은 몰락할 것이라고 써놨는데,
충분한 보완책을 통해 판매시장과 공존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대여점의 몰락도 이리 빨리 눈앞에 다가오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판매시장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작품들의 질적수준 역시 일정선은 계속 유지되었을 테니까.

종종 대여점만 놓고 무한정 비난하는 이들을 볼 수 있는데, 사실 그건 그리 정당한 게 아니다.
대여시장 자체는 태생적으로 위에 얘기한 것과 같은 한계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데, 그것을 갖추지 못한 것이 진짜 문제다.
결국 IMF가 문제였다.
판매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었고,
충분한 보완책이 마련되기도 전에 정부에선 실직자 구제를 위한 대안으로 대여점 창업을 사실상 적극 권장해버렸다.

자, 여기까진 상황을 설명한 것이고, 그렇다면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실은 이 아래로 독자, 대여점, 출판사, 글쟁이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지금까지 얘기한 것 만한 분량을 더 쓰긴 했다.
하지만, 그 것을 그대로 공개하는 건 그리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나 자신이 대여시장을 통해 책을 내고 있는 중이다.
나름대론 객관적으로 대안을 얘기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
또한, 순전히 나 개인의 판단에 의한 대안이기에 실제론 전혀 대안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최근 보장부수에서 시작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글쟁이 잘못이니 출판사 잘못이니 혹은 대여점은 악의 소굴이나 마찬가지니 하면서 분노하는 소리들이 많다.
물론 이쪽 판의 관계자들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건 아니다.
아니, 상황을 지금처럼 악화시킨 데엔 이들에게 매우 많은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말 이쪽판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대여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결함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것을 확실히 해두는 것에 만족하고, 이 얘기는 여기서 접는다.

그리고 이후의 판단(더불어 위의 얘기들을 수긍할지 부정할지에 대한 판단도)은 각자에게 맡기려 한다.



덧) 아.. 마감 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잠도 나눠 자고 있는 주제에 난 왜 이런 걸 쓰고 있는 것일까? ㅠㅠ

덧 둘)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글인데 어째선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와서 읽고 갔다.
관리메뉴 통해 잠깐 봤더니 몇 군데서 링크도 해놓은 모양이다.
단순히 링크만 해놓은 것이라도 가능하면 그 사실을 댓글 정도에 남겨줬으면 바라지만,
솔직히 나 자신도 종종 귀찮아서 빼먹는 주제에 그것까지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단순한 링크가 아니라 글 내용을 통째로 들어갔다면,
더구나 읽기 편하라고 자기 멋대로 편집까지 해놓았다면
당연히 그러기 전에 말 한 마디쯤은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 블로그의 글들이야 마구 퍼가도 별 상관 하지 않지만 말이지.
공지 글에 한 마디 더 포함해야겠다.

덧 셋) 비밀글로 불편을 얘기하신 분의 조언에 따라 글을 좀 더 읽기 쉽게 잔뜩 엔터를 집어넣었다.

by 악한 | 2008/10/26 03:17 | 쓰기 | 트랙백(1)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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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뱀탕의 집 at 2008/10/27 15:30

제목 : 대여점의 회전율 문제. 그리고 시장의 소멸.
도서대여시장의 근본적인 한계 악한님 댁에서 트랙백. 경험담인데다가, 내가 아는 표본이 딸랑 고작 2개라서 뭐라고 할 처지는 못 되는데.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끄적끄적 가슴 아픈 이야기긴 한데, 저 회전율 높은 책이 사랑받는다는건 당연한 소리다. 대여점 입장에서야 회전률 높고 계속 잘 나가면 아주 행복하지......... 근데 어떤 입장에서 저 글을 쓴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건 전제가 ......more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8/10/26 09:11
무척이나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Commented by 산마로 at 2008/10/26 10:33
도서대여점의 확대 시기가 97년 외환위기 시대도 아니고 정부에서 창업을 장려한 적도 없다는 것을 우선 지적해 두지요. 자료는 '망가 세계전략(시공사)' 뒤에 실린 박관형님 글 참조. 대여시장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진열공간의 한계는 서점도 마찬가지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규모가 작은 서점일수록 회전율이 빠른 책을 선호하게 될 것은 님이 설명하신 메커니즘 상 필연적이지요. 출판 종수가 많아지고 서점이나 대여점의 공간이 작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지, 대여시장만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악한 at 2008/10/26 11:22
제 가 도서대여점을 처음 본 게 군인신분이던 시절이니 92년 아니면 93년 초일 겁니다.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이 도서대여점의 수가 급격히 불어난 건 다시 그보다 2년 정도 뒤의 일이죠. 제가 도서대여점이란 곳을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남의 창작물로 이런 장사를 해도 되는 건가'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순문학 쪽을 생각하고 공부하고 있었거든요. 만화와 판타지 무협 등으로 채워진 현재의 대여점과는 달리 제가 처음 본 대여점은 당시 서점의 어지간한 베스트셀러들은 다 들여놓았더군요. 아무튼 바로 이 시기에 도서대여점의 영업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이후 대여점의 수가 점차 불어나고, 더불어 기존 대본소와는 다른 커다란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던 만화판 등의 여러 변수들 속에서 꽤나 진지하게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그 논의의 상당부분은 역시 당시 화려하게 사람들 생활에 파고든 하이텔 등의 통신망에서 이뤄졌고요. 말씀하신 대로 IMF이전에 도서대여점은 확대되고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IMF를 얘기한 건, 그로 인하여 도서대여점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황으로 봐서 IMF가 1년만 늦게 왔어도 어느 정도 보완책이 마련 되었을 것으로 보거든요. 그리고 당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창업을 장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실직자들을 위한 소자본 창업아이템으로 대여점이 상당히 인기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실제로 IMF이후 DJ정권 초기 대여점 수의 증가는 엄청났고요. 이때만 해도 순문학 쪽의 베스트셀러들이 상당수 대여점에 들어가있는 상태였는데(현재는 거의 모든 대여점이 총판에 의지하고 있습니다만, 그때만 해도 직접 책을 구입하는 대여점주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거든요), 그럼에도 저작권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유야무야넘어간 데엔 이와 같은 배경 때문입니다.
그 리고 진열공간의 한계를 서점 역시 지니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서점의 경우 한 번 판매한 책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지만, 대여점은 아무리 많이 대여해줘도 결국은 다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즉, 한 번 들여놓은 책은 서점과는 달리 공간을 계속 차지하고 있게 된다는 얘기죠. 결국 대여점에선 한 번 들여놓은 책을 언젠가는 빼야하는데, 그렇게 보면 본문에서 언급한 A보단 B쪽이 훨씬 더 이익이겠죠. 그리고 또 하나, 현재 우리나라 대여점의 경우 취급하는 책의 거의 대부분이 최소 대여섯 권을 넘어가는 장편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점에 풀리는 책 중엔 그렇게 여러 권인 게 그리 많지 않지요. 서점 쪽의 책은 팔리지 않아 출판사로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냥 그 한 권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위 본문에서 언급한 대로, 대여점 쪽의 책들은 이후 충분히 좋은 작품으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당장 회전율이 낮다는 이유로 반품이 이어지고 그래서 결국은 작품 자체가 뒤로 가면서 망가지는 상황이 매우 자주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권수가 늘어나는 현상도 대여점이 가진 특징 중 하나입니다만, 그것까지 길게 얘기하긴 좀 애매하군요.)
Commented by 산마로 at 2008/10/26 13:02
서점에서도 회전율이 빠른, 즉 공간을 오래 차지하지 않고 빨리 나갈 책을 선호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네요. 실제로 작은 서점의 진열대를 봐도 스테디셀러보다는 일시적인 유행을 타는 책 위주로 진열되고 있고요. 다만 말씀하신대로 서점은 몇권 분량의 장편보다 단권에 끝나는 책 위주의 장사를 하므로 판매시장에서는 적어도 한권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Commented by 악한 at 2008/10/26 13:32
물론 서점 역시 빠르게 팔리는 책을 선호한다는 점에선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대여점의 한계를 얘기하면서 회전률이야기를 내세운 건 상황이 약간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점도 단기간의 베스트셀러 위주의 장사를 하는 경우라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를 어느정도는 갖춰야 장사가 가능합니다. 물론 서점의 크기가 작을수록 이런 구색을 맞추기 위한 책의 양은 줄어들긴 하지만요. 마찬가지로 대여점 역시 제가 본문에 쓴 것으로 얘기하자면 B형태 외에도 A형태의 책도 어느 정도는 구비를 해야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서점의 경우엔 소규모 서점들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시해 줄 수 있는 대형서점이 존재하지만, 대여점엔 그런 게 없다는 겁니다. (물론 요즘은 대형서점들도 마구 넘어가는 상황이지만, 일단 그건 다른 얘기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소규모 서점들은 어떤 책을 놓고 이게 앞으로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가 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건 대형서점에서 다 해주거든요. 하지만 대여점의 경우 비교적 대형인 곳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게 대형서점처럼 다른 소규모 대여점들에게 충분한 자료제시가 가능한 정도로 대형은 아닙니다. 대여점들은 '이 책이 회전률은 낮아도 앞으로 꾸준히 팔려줄 것인지'를 자신이 직접 그것도 아주 단기간 안에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서점의 경우 현재 구비하지 못한 책을 고객이 찾을 경우 하루나 이틀이면 그것을 구해주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여점은 달랑 그 고객 한 명 때문에 어떤 책을 들여놓는 건 불가능하죠.
즉, 서점도 회전률 빠른 책을 선호하는 건 같다 하더라도 스테디셀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여점 쪽은 그런 게 없죠.
뭐, 이 부분은 제가 본문을 쓰면서 좀 더 세밀하게 설명을 붙였어야 하는 것 같긴 하군요. 산마로님처럼 그 부분은 서점도 같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까요.
Commented at 2008/10/26 12: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악한 at 2008/10/26 12:36
말씀대로 모든 대여점이 단순히 대여행태만을 기준으로 책을 놓아두진 않습니다. 확실히 지금 당장은 나가든 안 나가든 '최소한 이 책들은 있어야 한다'라는 게 존재하죠. 이런 책도 몇 가지로 부류를 나눌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고객 입장에서 '어쩌다 한 번씩 다시 보고픈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런 책은 결국 원글에서 얘기한 A와 비슷한 대여행태를 보입니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 B와 같은 단기간의 대단한 인기를 끌고, 또 그 뒤로도 오랫동안 고객의 기억에 남아있는 책이 전혀 없는 건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과 같은 책은 A형태가 일반적이죠.
본 문에서도 살짝 언급했듯, B형태 책만으론 대여점도 장사 못합니다. 당연히 A형태 책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현 대여점 구조에선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글이 실제로 그런 좋은 작품으로 완성될 확률이 극도로 낮습니다. 물론 확률이 낮다는 건 전혀 없다란 것관 얘기가 다르지만요. 아무튼 이런 상황 때문에 본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A형태로는 이미 충분히 유명한 글쟁이의 것이나 출간된지 아주 오래된 것만 대여점에 남게 되죠. 바로 말씀하신 구색 맞추기, 혹은 두고두고 나갈 책이죠.

그리고 원글에서 얘기한 A와 B 두 책은 그저 예에 불과합니다. 실제론 저 둘과는 상당히 다른 패턴이 몇 더 있죠. 다만, 제가 얘기하려는 것과는 그다지 상관 없는 것이라 빼놓았을 뿐입니다.

아무튼 조언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at 2008/10/27 00: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악한 at 2008/10/27 00:47
사실은 지금 마감 중이라 그런 데까지 신경쓰지 않고 그냥 올려서 그렇습니다. 확실히 보기엔 아주 불편하군요. 좀 정리를 해두어야겠어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rrrr at 2008/10/27 01:28
일본처럼 출간 후 판매가 될 수 있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다음에야 대여점에 진열이 가능하다거나 하는
보완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뭐가 출간후 판매 기간을 준다는 건지 좀 알려 주심 일본에서는 만화 대여점이 없습니다.
일본작가들도 만화 까페 중고 책방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일본은 dvd도 사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다르죠
Commented by 악한 at 2008/10/27 01:46
출판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 대여점에 들여놓을 수 있게하자는 건, 대여회수에 따라 일정액을 저작권자에게 지불하자는 것과 함께 당시 대여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왔던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당시 일본쪽이 그렇다고 들어서 기억하고 있던 건데, 정확히 다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당시의 상황은 현재와 같은 만화와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에 한정된 게 아니었습니다.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순문학 쪽에서 더 심도있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죠. 물론 순문학쪽에선 절대다수가 대여점이란 것 자체를 아예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긴 했지만요.
Commented by 악한 at 2008/10/27 02:07
방금 일본에 있는 이에게 msn으로 물어봤습니다. 일본에도 대여점은 존재한다고 하는군요. 다만, 우리나라의 대여점과는 시스템에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아는 건 단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 뿐이군요. 그 친구 직접 대여점을 이용하진 않아서 자세한 것까진 잘 모르겠다고 하네요. 뭐, 어쨌든 일본에도 대여점은 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rrrr at 2008/10/27 03:43
-.-;;;친구분이 일본에 만화 대여점 있다고 하면 일본 전역에 대여점이 쫙 깔린 건가요?

전 작년과 올해 1년을 걸쳐 일본에서 생활해본 바 도쿄 어느 곳에서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악한 at 2008/10/27 04:30
자꾸 '만화' 대여점이라고 한정을 하시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대여점과 동일한 것을 찾는다면 당연히 일본에 그런 것은 없겠죠. 애초에 우리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니까요. 다만, '대여시장'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업체는 존재하는 것으로 압니다. (뭐, 일본서 직접 생활해보셨다니 그러지 못한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제 이야기에서 일본에도 우리나라와 '똑같은' 대여점이 있다 없다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일본의 대여업체가 우리나라와 똑같은 것이라고 얘기한 일도 없고요.
중 요한 건 대여시장 구조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것입니다. 그 한계에 대해 이미 십수 년 전에 얘기가 있었고, 그 당시에 '일본쪽에도 비슷한 형태의 대여시장이 존재하는데 그곳은 이러이러한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나름 보완이 되는 것 같더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뿐입니다.
본문 자체가 도서대여시장 - 엄밀히 말하면 현재 판매시장이 사실상 고사한 상태인 우리나라의 도서대여점구조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빼놓았을 뿐, 따지고보면 도서가 아닌 다른 품목의 대여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참고사항으로 충분히 언급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취급품목이 완전히 다른 (예컨대 렌트카 같은) 것 보다는, 일본의 대여시장에 대한 것이 참고용으론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겁니다.
Commented by 식물나라 at 2008/10/27 12:43
http://www.ohvideo.net/bbs/zboard.php?id=pain&page=1&sn1=on&divpage=1&sn=on&ss=off&sc=off&keyword=대형샵주%205인&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274

하이퍼링크가 주소중간쯤에서 도중에 끊기네요;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세요.

보면 중간에 발매일로부터 1개월간은 렌탈금지기간이라고 하는게 나오는군요.
즉 신간을 바로 들여놓지는 못한다는 얘기.
링크된 글 바로 윗글엔 일본쪽 대여점 사진 있습니다.
Commented by 식물나라 at 2008/10/27 12:45
아무튼 전국에 쫙 깔려있다거나 한건 아니지만 적어도 신간을 마구 들여놓지는 못하게 제한을 둔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일본에도 체인점 형식으로 대여점이 있는걸로 압니다. 체인점 이름이 뭔지는 까먹었지만 -_-;
Commented by 쵸코쵸코☆ at 2008/10/28 11:34
책이 출판 된 후 일정시간이 지난 후 대여점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 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アゼ at 2008/10/28 12:15
이오공감에서 왔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어요
Commented by 라이레얼 at 2008/10/31 17:56
1개월이라....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네요. 그런 것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먼저라고 생각됩니다. 상식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이 다량의 책을 구매해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서 구매의 주 고객층은 스스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성인층이 될 수 없다고밖에 보는데, 제가 겪어본 바로는 주변인들 중에 만화책이나 무협지 등을 '당연히 사서 봐야하는 것'으로 인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예전에 지인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왜 일본에선 어른들이 만화나 게임 등에 거부감을 크게 안느끼는데, 우리나라에선 꼬마들이나 하는 유치한 놀이 정도로 취급받는가, 에 대한 대화였죠. 아마 결론이 '일본은 이미 1~20년 전에 지금의 중장년층이 우리 나이때 게임, 만화 등을 겪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됐을 것이다'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뭐 제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저 결론이 확실하다고는 못하지만, 적어도 '인식'에 대해 생각해볼 때 꽤나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되네요.
지금의 우리나라는 잘못된 게 너무 많습니다. 도서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음악은 당연히 다운, 게임도 다운..... 이런 인식이 언제 어떻게 '구매'로 바뀔지..... 걱정되네요. 저게 바뀌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나라의 저런 문화들은 전부 망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Commented by 라이레얼 at 2008/10/31 18:05
대여점을 이해하고 어쩌고를 떠나, 점 대여점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 주고 대여하는 대여점이나, 포인트 사서 다운받는 공유 프로그램이나 똑같다고요. 뭐 대여점에서야 한 권이라도 사겠습니다만, 스캔본이라면 그것도 처음에 누가(그게 개인이든 대여점이든) 샀으니 스캔이 가능했겠죠. 어릴때 대여점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왜 이게 불법이 아닐까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대여점이 작가분들에게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또한 대여점은 양질의 책이 나오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대여점이 없어지고 책 한 권 한 권 살 때마다 8천원씩 내야 한다면, 돈이 남아도는 갑부가 아닌 이상에야 재밌고 소장가치 있는 좋은 책을 사려고 하겠죠. 당연히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 양판소들은 판매가 안되니 싹 사라질 테고요. 대여점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그 정도 수준미달의 글들은 출판되지도 못했겠죠. 조금 과장될지라도, 출판되는 거의 모든 책들이 드래곤라자(예시입니다) 만큼의 수준을 보였다면, 어떤 책이든 믿고 구매하고, 만족감을 느낄텐데 지금은? 그냥 800원 내서 한 번 보고, 볼만하면 더 빌려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식이 되버렸죠. 순간적인 재미, 킬링타임 외엔 얻는게 없어졌다는 거죠.
Commented by 악한 at 2008/11/01 08:20
사람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 사실상 아무런 해결책도 아닙니다. 그건 세상이 행복하게 되려면 모두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소리와 별 차이가 없는 얘기니까요.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40대만 해도 어린시절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입니다. 그리고 9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 만화시장을 크게 만들었던 건, 현재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 사람들이죠. 그 당시 이들이 20대 초중반이었고요.
우리나라의 시장이 무너진 건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대여점과 불법공유는 엄연히 다릅니다. 물론 대여점 역시 상당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책을 사들이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불법공유자들은 대여점에서 빌린 책을 스캔하지, 자신이 직접 산 책으로 그 짓을 하지는 않죠. 또한 그 불법공유를 통해 벌어들이는 포인트라는 게 대여점과는 달리 어떠한 권리도 없는 자들이 가져가는 것이고요. 대여점이나 스캔본이나 뭐가 다르냐고 얘기하는 건, 불법공유를 하는 자들이나 입에 올릴만한 얘기입니다.
대여점이 없었다면이라는 건 무의미한 가정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대여시장은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판매시장이 사실상 완전소멸하고 대여시장만 남은 데서 발생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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